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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천시 팔공산 자락 깊은 산중, 1년에 단 2번만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사찰이 있다. 바로 금남(禁男)의 공간이자 금속(禁俗)의 공간, 비구니 스님(여자 스님)들만 수행하는 백흥암이다.

이창재 감독이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며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큰스님으로부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불호령을 받았다. 수많은 방문과 설득 끝에 간신히 백흥암의 문이 열렸고, 감독은 쫓겨나기를 수없이 반복하고 때론 스님들의 냉담함과 일반인으로선 감내하기 힘든 시간을 견디며 그만의 수행을 거듭한 끝에 영화 ‘길 위에서’를 완성하였다.

책 ‘길 위에서’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울림으로 기억되는 영화를 오롯이 담고 있다. 300일 동안 백흥암에 머물며 촬영을 했음에도 시간상 제약으로 편집될 수밖에 없었던 많은 이야기들이 보다 따뜻하고 여유 있는 호흡으로 담겨 있다. ‘수행 공간’이라는 특성상 외부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백흥암의 숨은 이야기부터 한 여인이 출가를 결심하고 스님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때론 말간 웃음과 함께, 때론 가슴 먹먹한 울음과 함께 펼쳐진다. 이창재 감독은 매순간을 마지막처럼 살아가며 치열한 구도의 길을 걷는 비구니들,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책 속에 잔잔히 풀어냈다.

살아가는 일에 어찌 한 가지 길만 존재하겠는가. 이 책은 살면서 지금과는 다른 길을 꿈꾸는 사람들, 삶에 의문을 갖고 사는 사람들에게 고요한 성찰의 시간을 제공한다. 쫓기듯 사는 삶에 지쳐 지금 자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어디쯤 와 있는지조차 모르겠다면, 자신의 삶을 온전히 감싸 안은 스님들처럼 인생의 ‘길 위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소박한 행복과 마음의 여유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한편 영화 ‘길 위에서’는 2013년 독립다큐멘터리 최고의 관객 스코어(5만 관객)를 기록하였으며, ‘청소년을 위한 좋은 영상물’ 다큐멘터리 영화부문에 선정되었다. 전주국제영화제 본선 진출, 서울독립영화제 초청작 선정, CINDI 영화제 버터플라이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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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12-11 13: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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